- 고봄이
예술가에게 지역이란, 커뮤니티란 어떤 의미일까.
양평의 지역 주민들, 여성들, 그리고 아이들과 예술로 함께 놀다보면 지치고 힘겨운 일상이 어느덧 사라지고 흥이 넘쳐나온다.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과 에너지로 자기만의 방식을 통해 지역사회와 이웃들의 삶에 변화를 만드는 너영나영 양평예술교육센터 대표 고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양평 세월초등학교에서 예술교육을 진행하는 고봄이
사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너영나영 양평예술교육센터에서 이웃들과 예술로 신나게 놀고 있는 고봄이입니다.
이곳에서 언니들, 친구들, 아이들 그리고 지역 사람들과 함께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Q. 너영나영 양평예술교육센터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서울 · 이천에서 15년 정도, 도봉에서도 5, 6년 정도, 이런 식으로 작업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결국 예술가가 떠나면 그 작업은 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더 삶과 예술이어우러지는 작업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 끝에 세 가지의 답을 찾았어요.
첫 번째는 사람들과 가까이에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그 공간에 예술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세 번째는 그 공간에서 예술가와 다양한 일들이 벌어졌으면 좋겠다. 이렇게 이 세 가지가 충족될 때 사람들과 삶 속에서 예술로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지금 4년 전부터 너영나영 양평예술교육센터를 만들어서 지역 사람들하고 예술로 만나고 있어요.
고봄이 대표가 운영하는 양평예술교육센터 너영나영
사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Q. 센터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처음 센터가 지어졌을 때는 아무도 없었어요. 그런데 이곳 부녀회장님이 지나가면서 “장구 좀 가르쳐줘!”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원하세요? 그럼 센터에 오세요.” 라고 말씀드렸죠. 그렇게 센터에서 장구를 치게 됐어요. 그러면서 예술을 알고 있는 친구들이 많이 만났고, 저희가 할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어요. 동아리가 다섯 개가 생겼고, 그 동아리 다섯개가 축제를 만들었어요. 축제가 다 끝나고 나서 아이들이 “너영나영은 재미있어!”라고 얘기하는데 그때 정말 뭉클했어요. 그 순간이 기억에 남네요.
Q. 현재 고민이 있다면?
가장 큰 고민은 먹고사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센터에서 사람들하고 연극을 만들면 최소 드는 비용들이 있거든요.
근데 이들은 그 돈을 다 낼 수가 없어요.
그 외에도 공간을 유지한다거나, 다른 예술가들을 초대한다거나 이런 것들에 한계가 매우 많을 수밖에 없죠. 그러다 보니 점점 제 것을 벌어서 여기에 쏟아붓게 되는 현실과 과정이 참 어려운 거 같아요.
예술은 참 좋은데, 그리고 예술을 경험한 이들의 삶이 아주 아름답고, 건강하고, 윤택하게 변화하잖아요. 이렇게 좋은 변화를 현실적으로 어떻게 이어 나갈 수 있을까? 그것이 가장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애꼴마을축제 자드락 풍물패, <이야기콘서트>, 2021
스틸컷/ ⓒ너영나영
Q. 작가님께서 작업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는 감동이 있어요.
사실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굶어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선생님께 여쭤봤죠. ‘예술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까?’ 그러니까 선생님이 눈이 반짝거리면서 ‘YES.’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대답을 듣는데 ‘그래? 80년을 산 이 노교수가 YES라고 하는 저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거지? 정말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생기더라고요. 이 기대로 작업을 지금까지 이어 나가고 있어요.
저희가 중년의 여성들과도 작업하는데,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몸과 대화하고, 대화를 통해 삶 속의 귀중한 가치를 찾아내고 있는 여성들을 발견하게 돼요.그 발견을 통해 그들이 가족과 행복을 느끼는 모습을 보게 되고, 나아가 양평에서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까를 고민하고, 아이들을 위해 그룹들까지 만들어지는 걸 보게 돼요.
그러면서 희망이 생겼죠.
‘그래! 예술로 양평에서 사람들이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 그래! 그걸 죽기전에 보고싶다. 할 수 있다! 하고 싶다!’라고요. 이 희망이 지금까지 이 일을 계속하게 하는 에너지이자 저의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고봄이
사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Q. 10년 후, 작가님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때 제 나이가 육십이 되거든요. 딱 환갑이에요. 너영나영이 제주도 방언이에요. 너하고 나하고, 너랑 나랑이라는 뜻이에요.
저희 할머니가 해녀셨거든요. 제 몸에도 해녀의 피가 끓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10년 후에는 고향으로 내려가고 싶어요. 제주도에서 연극으로 아이들과 놀면서 살고 싶어요. 그때는 연극이 제 생업이 아니라 놀이였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제 놀이로 평생 죽을 때까지 사람들과 연극으로 놀며 살고 싶습니다.
양평에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삶의 이야기를 연극, 노래, 움직임 등 다양한 예술언어로 공연을 만들어가는 예술가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아동청소년 극을 전공한 후 유아부터 노인까지 전통 연희를 중심으로 한 연극 만들기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커뮤니티 씨어터 작업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찾아가는 연희극단 너영나영과 너영나영 양평예술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메일 : youandi20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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