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경미
동시대 예술은 우리에게 새로운 감각을 열어주고, 예술적 몰입의 즐거움을 전해주며, 세대를 초월하는 공감을 가능케 해준다.
몸을 기반으로 다양한 예술가들과 협업하면서 예술과 교육을 실천하는 정경미는 우리 아이들이 동시대 예술에 흠뻑 빠져 몰입하는 순간을 경험하고, 스스로 비평적 관점과 해석을 만들기를 바란다. 마치 파도를 타는 서퍼처럼 자신만의 중심을 잡고 즐기는 예술교육을 꿈꾸는 그의 ‘비평예술교육’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정경미, 국가무형문화재 제34호 <강령탈춤> 정기공연, 2020
스틸컷/ ⓒ정경미
Q.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정경미입니다. 저는 몸을 기반으로 해서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것들을 연결하고 사유하는 일들을 기획하는 기획자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제34호 강령탈춤을 추는 연희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현재 관심을 두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무엇인지 간략히 말씀해 주세요.
현재 관심을 갖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비평예술교육 - <크리틱 서퍼되기> 프로젝트’인데요. 크리틱 서퍼는 예술의 파도 위에서 자신만의 중심을 잡고 흐름을 즐기는 서퍼를 상상해서 붙인 이름이고요. 청소년들과 동시대 예술을 재료로 자신의 생각과 관점을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을 연구하고 실행 중입니다.
Q. ‘예술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 첫 작업은 어떤 것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유아문화예술교육 <꼼질꼼질> 발레시리즈가 저의 첫 작업이었는데요. <꼼질꼼질> 발레시리즈는 2017년부터 3년간 진행된 유아를 대상으로 한 예술교육입니다. 저에겐 이 3년의 시간이 굉장히 의미가 컸는데요. 저는 어릴 때부터 발레를 했고 대학에서 발레를 전공하면서, 그 당시 근대식 교육 방식에 기반을 둔 환경과 저 자신과의 괴리를 몸소 느꼈거든요.
예를 들면 기능 위주의 교육이나 서열화된 시스템 등을 겪으면서 내가 하는 예술은 과연 뭘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 들었어요. 그리고 느낀 건 춤이란 춤을 추는 동안 즐거움을 느끼고 자유로움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면에서 <꼼질꼼질> 발레시리즈는 내가 추던 발레를 저 나름대로 재정의하고 문화예술교육 관점에서 전면적으로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기회였어요.
돌아보면 그 과정은 몸에 밴 과거의 교육방식을 스스로 균열 내고 체질 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굉장히 행복했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과거에 겪었던 갈등과 상처가 치유되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정경미, <크리틱 서퍼되기> 프로젝트, 2021
스틸컷/ ⓒ정경미
Q. ‘예술가’로서의 정체성과 ‘예술교육가’로서의 역할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어 가고 있나요? 그 두 가지는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나요?
미술, 영화, 무용, 연극 등 매체를 가리지 않고, 작품을 감상하고 그것이 왜 그렇게 느껴졌는지, 그리고 그 감흥이 내 몸으로 스밀 때, 어떤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는지 들여다보는 일을 좋아합니다.
현재 실행 중인 비평예술교육은 ‘나’라는 존재와 예술작품이 만났을 때, 예상치 못한 것들이 감각을 통해 몸이라는 장소에서 섞이고, 각자 소화하는 과정을 거쳐서 비평적 태도로 드러나길 기대하고 있는 교육이에요. 생각해 보면 예술가로서의 시도와 교육가로의 시도가 서로 유기적으로 맞물려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확장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 둘은 저에게 어떤 공통적인 태도를 갖게 하는데, 마치 한 번도 가보지 않는 길을 모험하고 도전하는 것처럼 교육과 작업을 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인상적인 예술교육 활동 에피소드나 참여자와의 교감이 이뤄졌다고 느껴지는 순간은요?
올해 꿈다락토요문화학교 주말예술캠퍼스 <크크키키 우리는 예술로 산다> 프로그램에 주강사로 참여했을 때가 떠오르는데요. 연못정원이라는 장소에서 몸으로 느낀 감각들을 토대로 설치물을 만들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12명의 아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에게 몰두해있는 모습을 보면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 정도로 그 순간이 소중했고 자유로웠어요. 마치 공명의 시간이랄까...?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Q. TA로서 이 일을 계속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떤 매력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이들과 예술에 흠뻑 빠져 동등해지는 순간들이 좋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치열해지는 몰입을 지켜보는 내가 거기 있는게 좋아요. 아이들이 그런 순간순간들을 경험하면서 스스로 존재를 느끼고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이런 순간 때문에 계속해서 이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꿈다락토요문화학교 주말예술캠퍼스 프로그램 <크크키키, 우리는 예술로 산다>
스틸컷/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Q. 교류와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나 개인의 활동에 기반하는 예술가/예술교육가의 삶이지만, 그런데도 우리가 다른 동료들을 만나고 교류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각자도생이 너무나 익숙해진 시대에 지금 우리는 새로운 연대 방식을 상상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예술에 복무하는 이들이 새로운 연대의 방식을 사회에 제시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라 생각도 하고요. 저 같은 경우, 제가 하는 비평예술교육을 통해 새로 동료들을 찾고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모색하면서 지속성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여러 동료를 만나면서 내가 인식하고 있던 문제가 나만의 문제가 아님을, 그리고 사람들과 연결될 때, 더 많은 가능성이 열리고 즐거울 수 있음을 체감합니다.
Q. 이 길을 걸으면서 나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할머니가 돼서도 현장과 작업을 오가는 의미 있는 연구와 실천을 지속해가고 싶고, 새끼줄 꼬듯 작업과 교육이 촘촘히 엮이는 지속의 가능성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고민이라고 한다면 공공적 성격의 예술교육을 하는 입장에서 정부 정책이나 사업에 좌지우지되는 공적 영역의 불확실성이 고민입니다. 이 부분에서 공공의 영역이 안정적으로 구축되길 바라고 있어요. 이를 통해 예술가, 연구자, 매개자, 향유자가 선순환하는,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서 예술을 맘껏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무용을 공부했다. 몸에 관심이 많아 몸을 둘러싼 다양한 것들을 연결하고 사회적 영역으로 넓혀가는 일에 주력하고 있으며 국가무형문화재 제34호 강령탈춤을 추는 연희자로 활동하고 있다. 예술교육 범주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젝트형 예술교육을 선호한다. 요즘은 청소년과 동시대 예술을 재료로 자기 생각과 관점을 만들어가는 비평예술교육을 연구하고 실행 중이다.
이메일 : egg_ju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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