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생활자의 예술, 교육, 그리고 실천

“예술가와 예술교육가의 삶은 대체로 ‘개인의 활동에 기반하기’ 때문에 더더욱 ‘느슨한 연대’가 필요합니다.”
- 이혜원

우리가 살아가는 이 불안정한 시대에 예술가는 남들보다 더 예민한 감각과 냉철한 눈, 그리고 따뜻한 손길로 세상에 맞서려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지구를 위협하고 있는 기후 위기를 함께 고민하는 예술가들과 연대하고, 유아와 어린이가 살아갈 내일을 위한 예술을 창조하는 작업을 통해 스스로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관객참여형 공연예술 컴퍼니 블루밍루더스의 공동예술감독 이혜원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연극을 만드는 이혜원입니다. 관객참여형 공연예술 컴퍼니 블루밍루더스(Blooming Ludus)의 공동예술감독으로, 환경과 지속가능성, 지구에서 살아가는 존재들 간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작·연출 이혜원, 제작 타루, 아기소리극 <환영해>, 2021-2022

사진 / ⓒIRO COMPANY

Q. 현재 관심 두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무엇인지 간략히 말씀해 주세요.


전통예술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타루’와 협력하여 2020년부터 서울에서 18개월 이하 영유아 관객을 위한 소리극을 개발하고, 최근 2022 겨울 아시테지 축제에서 공연을 올렸습니다.

Q. 작가님의 ‘예술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 첫 작업은 어떤 것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런던 지역의 다양한 어린이·청소년 연극단과 일하며 본격적인 ‘예술교육’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지역의 어린이들과 주기적으로 만나며 연극을 통해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같이 연극 공연을 만드는 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연극을 전공하던 학부 시절, 여행을 다니며 극장이 없는 지역의 어린이들을 만난 경험이 예술교육 작업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객석에 앉은 이들, 또 극장 밖의 사람들이 궁금해지면서 연극이 누구의 목소리를 담아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Q. ‘예술가’로서의 자기 정체성과 ‘예술교육가’로서의 역할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어 가고 있나요? 그 두 가지는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나요?


작업 안에서 교육 활동과 예술 활동을 구분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입니다. 다만 매 작업의 순간, 누구를 초대하고 누구를 만나는지, 누구의 목소리를 담아내는지에 대해 치밀하게 질문하고 이를 진솔하게 마주하고자 합니다. 저의 컴퍼니 블루밍루더스는 커뮤니티를 직접 만나며 연구와 워크숍을 기반으로 공연을 창작하고 또 공연 안에서 새로운 커뮤니티를 발견하며 작업을 이어갑니다.

진관초등학교 어린이들과의 학교 탐험

사진/ ⓒ이혜원

Q. 인상적인 예술교육 활동 에피소드나 참여자와의 교감이 이뤄졌다고 느껴지는 순간은?

블루밍루더스의 첫 프로젝트 <요정들의 빛 공작소/Light Maker’s Workshop>는 영국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진행한 가족 워크숍이었는데요, 그때 저희가 만들어 불렀던 노래를 그다음 크리스마스에도 아이들이 부르고 놀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가진 빛, 에너지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고 마을 주민들이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워크숍이었는데, 그 마음이 전해져서 기뻤습니다. 예술교육 활동이 한 번의 경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안에서 다시 또 새로운 예술로 발현될 때, 특별한 선물을 받은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어떤 예술가/예술교육가로 성장하기를 바라는가? 앞으로 10/20년 후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당장 다음 해에 무엇을 하고 있을지, 미래를 상상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10년, 20년이 흘러도, 다른 존재에게 귀를 잘 기울이고 투명한 몸으로 만남을 마주하는 예술가가 되고 싶습니다. 또 모험 앞에서 여전히 용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 나는 왜 이 일/작업이 중요한가? 나의 소신이나 미션?

    나는 왜 이 판에서 이 행위를 하고 있는가?

저에게 ‘살아있음’을 가장 잘 느끼게 해주는 일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작업 안에서의 수많은 만남을 통해 내가 지구 안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또 우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블루밍루더스, <기후정의 티타임>, 2020

스크린샷/ ⓒ이혜원

Q. 교류와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나 개인의 활동에 기반하는 예술가/예술교육가의 삶이지만, 그런데도 우리가 다른 동료들을 만나고 교류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 각자의 작업 모두가 지금 우리 시대 예술의 지형, 흐름을 만드는 데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가 영감이 되고 또 일을 지속해 나가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우리의 권리를 지키고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서도 동료 간의 만남과 교류는 중요합니다. 예술가와 예술교육가의 삶은 대체로 ‘개인의 활동에 기반하기’ 때문에 더더욱 ‘느슨한 연대’가 필요합니다.


Q. 이 길을 걸으면서 나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지금 시대에 예술 작업을 널리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창작’뿐만 아니라 각종 지원 사업에 대한 이해, 권리 보장을 위한 행정적 지식과 구조의 이해, 기획과 홍보에 대한 방향 또는 아이디어 등이 필요합니다. 피곤한 일이죠. 불필요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요. 이러한 일에 쓰는 에너지와 창작에 쓰는 에너지의 균형을 잘 맞추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일이 매번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Q. 내 주변 다른 예술가/예술교육가에게 궁금한 점은

     무엇인가요?

불안정한 지금의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동료들 모두 어디서 지속 가능한힘을 얻는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계속해나가고, 살아나가고 계시나요?

이혜원

다국적 공연예술컴퍼니 블루밍루더스의 공동예술감독으로 놀이와 오브제, 움직임을 통해 연극을 만들며 지구의 다양한 울림, 만남의 감각을 전하고자 한다. 런던과 서울 곳곳에서 어린이들과 연극을 만들고, 시민들과 숲과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작업을 해왔다. 최근에는 타루와 함께 기후 위기 속에서 태어난 아기들을 위한 소리극 <환영해>를 만들었다.


블루밍루더스 웹사이트 : https://www.bloominglud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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