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람 강영훈
난민, 성소수자,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표현하고자 하는 제주 사람. 그에게 난민은 ‘특별한 그들’이 아니라 그저 ‘어려움에 처한 사람’, 그리고 ‘그 어려움을 말하지 못하거나 말해도 외면당하는 사람’이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하여, ‘다양한’ 목소리와 ‘다양한’ 소통이 이루어지기를 꿈꾸는 제람 강영훈 작가의 목소리를 제주도립미술관에서 들어보았다.
제주도립미술관 외벽에 걸린 길벗체 앞에 선 제람 강영훈
사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제람입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영상, 설치, 워크숍 등 다양한 방식으로 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 최근에 관심을 두고 진행해온 작업은 무엇인가요?
저는 제주 사람입니다. 2018년에 제주에 예멘 사람들이 왔는데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어요. 그때부터 난민에 관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어요. 처음에는 그 목소리를 담으려다 보니 영상이라는 매체가 참 좋겠다고 생각해서 영상으로. 작업을 진행했어요. 그런데 문득 사람의 눈높이나 가지고 있는 맥락에 따라서 그 이야기가 다가가는 방식들이 달라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각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그림책이 되기도 하고 성인을 위해서는 영상, 워크숍 또는 전시가 될 수도 있겠죠. 그렇게 사람의 눈높이와 생애 주기에 맞춘 접근을 고민하다 보니 책도 쓰게 됐어요.
제람 강영훈 작가가 기획하고 글을 쓴
<암란의 버스 / 야스민의 나라> 그림책
스틸컷/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Q.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작업하시는데,
작가님에게 '예술 장르’란 어떤 의미일까요?
하나의 매체의 표현 방식에 집중해서 그 매체가 말할 수 있는 것들을 깊이 탐구하고, 사유하고 또 실천하시는 분들도 계시죠. 저 역시도 작업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지만, 저에게는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나누고자 시도하는 것이 저의 작업의 방향이자 실천의 영역이에요.
그래서 ‘다양한 장르라는 것은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시도다. 다양한 소통을 위한 노력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작업에서 지향하는 ‘안전한 공간’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제가 지향하는 ‘안전한 공간’은 누구나 자기답게 자신을 드러내고 소통할 수 있는 물리적이면서도 관계적인 공간을 말해요. 예를 들어 제가 진행하는 워크숍에서는 수직적인 관계보다는 수평적인 관계에서 참여자와 이끄는 사람 간의 경계가 모호해요. 그리고 그들이 진행하는 작업이나 교육 워크숍의 결과를 정해놓지 않아요. 결말을 열어 놓고 함께 가는, 여정으로서의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제 바람이에요.
제람 강영훈, You come in We come out - Letters from Asylum, 2021
스틸컷/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Q. 작가님의 작업이 지속해서 소수자나 소외된
이들에 관심 두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살아오면서 겪었던 이야기들, 그래서 내 마음이 향하는 곳이 어디인가가 주요할 거 같아요. 사람마다 다양한 감수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자신의 몫을 충분히 갖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애틋함이 있는 것 같아요. 그들에게 그 몫을 좀 실어주고 싶은 마음, 누구에게 편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런 점에서 유쾌하게 편파적인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제람 강영훈
사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Q. 그러한 작업을 통해 배우거나
깨달은 것이 있나요?
그것도 결국 사람들과 만나면서 배웠던 지점인데요. ‘난민’이라 불리는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과연 난민은 누구일까?’ 또 ‘난민 아닌 사람은 누구일까?’ 하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국 난민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기도 하고 그 어려움을 말했을 때 묵살당하거나 말하지 못한 사람이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점에서 우리가 각자 자기답게 자신의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다면 그 어려움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조금 더 자기 다운 소통을 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Q. 다른 TA들과 소통하고 교류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금까지는 저 자신을 작가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부끄럽고 쑥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 하지 못했던 제 안의 이야기들을 저의 방식으로 해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투영해서 해왔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조금의 성장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현재 저는 다른 사람을 통해 나를 투영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다양한 방식으로 고민하면서 표현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예술가로서 그리고 교육가로서 실천하고 활동하시는 분들과 교류하면서 그 장들을 넓혀가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제주를 기반으로 하는 시각예술활동가이자 교육자, 연구자다. ‘작은 목소리에 큰 힘을(small voice with a big impact)’ 부여하고,
누구나 자기답게 존재할 수 있는 물리적이면서 관계적인 ‘안전한 공간’을 만드는 게 작업과 활동의 목표다.
이를 위한 실천으로 청소노동자, 성소수자 군인, 난민 등의 이야기를 다양한 매체로 조명하고 있다.
웹사이트 : youcomeinwecomeout.net
본 공공저작물은 공공누리 4유형에 따라 출처를 표시하여 비상업적, 비영리 목적으로 이용 가능하고, 2차적 저작물 작성 등 변형하여 이용하는 것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