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지만 함부로 할 수 없는 예술가의 실천

“가볍지만 무거운 걸 담아낼 수 있고 얇지만 질긴 생명력을 가진 비닐의 소중함을 탐구합니다.”
- 방영경

예술이 지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구의 위기를 예술이 오롯이 감당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예술가의 눈으로 찾아낸 작은 질문과 꾸준한 실천은 우리의 생활을 점점 더 지구와 가까워지게 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방영경의 작업은 쓰레기 분리수거와 비닐봉지라는 일상적 행동과 소재에서 출발한다. 흔히 쓰이고 함부로 버려지는 비닐 소재를 통해 환경과 지속 가능성이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방영경의 예술적 실천을 들어보자.


<분리분리> 프로젝트팀, 픽셀아트(마을 축제 시민참여 프로그램), 2018

사진/ ⓒ정보경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비닐을 수집하며 동네에서 환경 활동과 창작 활동을 하는 방영경입니다. 산책을 하거나 길을 걷다보면, 비닐을 만나게되는 순간이 있어요. 이렇게 만나는 비닐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비닐스런> 프로젝트팀, 프로젝트 참여자 비닐 수집 기록, 2021

사진/ ⓒ비닐스런 프로젝트팀


Q. 비닐로 창작 활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비닐은 가볍지만 무거운 걸 담아낼 수 있고, 얇지만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흔하고 편리하지만, 또 그만큼 소중하게 쓰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비닐에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고 싶어서 계속 비닐을 탐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최근에는 어떤 프로젝트를 기획하셨나요?

제가 살던 집 앞에 쓰레기들이 마구 버려지는 모습에 충격을 받고 <분리분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환경이나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특히 알록달록 색이 예쁜 페트병 뚜껑을 교육의 소재나 도구로 활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뚜껑들을 모았고 인근 초등학교와 산본1동 축제에서 픽셀 아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방영경, 비닐 원단, 2020

스틸컷/ ⓒ방영경

Q. 비닐로 창작활동을 한다고 하셨는데,

     비닐로 어떤 작품을 만드시나요?


비닐봉지로 뭔가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그때 비닐을 다려서 가방으로 만드는 프레셔스 플라스틱의 영상을 보고 실험을 해보기 시작했습니다 두께를 달리해 보고 다른 색을 올려 디자인을 하는 비닐 원단 만드는 작업이 재미있었어요. 가위가 나가는 방향대로 비닐을 오리는 과정이 자유롭게 느껴졌고, 그렇게 잘린 비닐 모양이 만들어내는 우연성이 신기하기도 했어요. 또 얇은 비닐이 서로 겹쳐져 다른 색을 만들어 내는 것이 꼭 비닐로 수채화를 그리는 것만 같았고요. 결과적으로 보이는 효과도 예술작품처럼 멋있게 느껴져서 그 매력에 빠져 계속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용한 비닐로 파우치 같은 개인 소품을 만들면서 직접 업사이클링을 경험하는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참여자 저 마다의 개성이 담긴 결과물에 영감을 받기도 합니다. 우리의 일상에 깊이 스며든 비닐 수집하고 관찰, 기록하는 의식적인 과정을 통해 우리의 소비와 비닐 사용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엄선 작가님, 신현진 작가님과 함께 <비닐스런>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폭탄해체반 1차 진행 후 피드백

사진/ ⓒ방영경

Q. 특히 폭탄해체반이라는 프로젝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떤 프로젝트였나요?

까만 비닐봉지에 담겨 배출되는 쓰레기를 폭탄으로 비유해 주신 수거함 수거원의 이야기를 듣고, 폭탄 해체요원이 되어보자는 콘셉트로 마을활동가분들과 폭탄해체를 진행한 프로젝트입니다. 쓰레기가 무단으로 버려지는 거점 장소들에서 까만 비닐봉지에 담겨 배출된 쓰레기들을 수거하여 파봉하고 내용물을 확인하는 작업을 했어요. 그중에서 주소가 확인된 세 분께는 버린 쓰레기를 다시 돌려드렸어요. 동네 분들께 올바른 배출문화에 대한 안내가 되었으면 했고 또 무단 투기 쓰레기양이 줄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진행했습니다.


Q.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은 어떤 작업인가요?

앞으로도 비닐 작업을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비닐로 다양한 패턴을 만드는 원단 작업을 계속하면서 올해는 제품 제작을 더 연구해 보려고 해요. 그리고 비닐 그림책도 만들어 보고 싶어요. 또 제가 사용하는 고밀도 폴리에틸렌이 혹시 다림질 과정에서 유해 물질이 나오지는 않는지 꼭 검사해보려고 해요. 처음에 환경 문제에 관심 두게 했던 <분리분리>의 분리 배출함도 관리자의 부재로 현재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데요. 올해는 이것도 자주 찾으며 다시 분리배출과 분리수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방영경

집 앞 쓰레기 배출 문제를 개선하고 싶어 기획했던 <분리분리>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개선 방법에 대해 고민하며 동네 활동과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메일 : balloonoo@naver.com

인스타그램 : @vinylbebag


본 공공저작물은 공공누리 4유형에 따라 출처를 표시하여 비상업적, 비영리 목적으로 이용 가능하고, 2차적 저작물 작성 등 변형하여 이용하는 것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