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독창적인 세계를 여는 ‘밝은방’

“자신의 내부에 깊이 몰입하는 그들의 낯설면서도 아름다운 창작행위가 지속되기를 응원해요.” 

- 김인경 , 김효나

창작그룹 밝은방은 모든 이에게 고유하고 독창적인 세계가 있다는 믿음을 예술작업으로 실천하고 있다. 발달장애·정신장애가 있는 창작자와 함께 ‘낯설고 아름다운’ 세계를 발견하는 일을 지난 10여 년간 이어오고 있다.


밝은방에게 예술교육이란 무엇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세계를 오래도록 지키고 가꿀 수 있는 꾸준한 관계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예술가이자 예술교육가로서 지속 가능한 창작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는 밝은방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밝은방 로고

이미지/ ⓒ밝은방

Q. 밝은방은 어떤 그룹인가요?

안녕하세요. 저희는 밝은방입니다. 밝은방은 독자적인 미술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발달장애 창작자들과 드로잉, 페인팅, 글쓰기, 책 만들기 등 다양한 예술표현을 시도하고, 이를 전시나 출판 형태로 소개하는 창작그룹이에요. 


밝은방은 소설을 쓰는 저, 김효나와 시각예술을 하는 김인경, 이렇게 두 명이 운영하고 있어요. 저는 말이 발화되는 다양한 방식을 탐구하며 <2인용 독백>, <초와 그녀>와 같은 책을 쓴 바 있고, 김인경 작가는 깨진 언어와 어두컴컴한 빛을 재료로 하는 비주얼사운드 퍼포먼스를 진행합니다.

밝은방 예술워크숍에서의 서명수 창작자 작업, 2022

스틸컷/ ⓒ밝은방

Q. 작가님의 ‘예술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 첫 작업은 어떤 것이었는지, 그리고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08년, 한 발달장애 청년의 노트를 보면서부터입니다.


학교 앞에서 나누어주는 공짜 노트 속에는 세상에서 처음 보는 독창적인 우주가 펼쳐져 있었는데, 그 청년이 끊임없이 그리고, 기록해온 이 노트들은 그때까지 낙서, 쓰레기, 자폐증 증상이라고만 판단되어 계속 버려지고 있었습니다. 이 만남을 계기로 ‘로사이드’라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하여 다양한 발달장애 창작자들과 1:1 아트링크나 예술워크숍을 기획 및 진행해왔는데 이를 ‘예술교육’이라기보다는 ‘공동창작’으로 보고 있습니다.

밝은방 활동에서 저희가 만나는 창작자들은 미술을 배우지 않고, 오직 자신의 내부에 몰입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창작을 지속해오는 분들이에요. 창작자들만의 직관적이고 고유한 표현,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인 세계에 매료되어 저희는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일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지금도 새로운 창작물을 만나면 가슴이 떨리고 소름이 돋는 경험을 해요. 긴 시간 동안 작은 방에서 홀로, 오직 자기 자신과 대면하여 끌어가는 이분들의 창작행위에서 때로는 깊은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밝은방 예술워크숍에서의 김현우 창작자 작업, 2022

스틸컷/ ⓒ밝은방


Q. ‘예술가’로서의 자기 정체성과 ‘예술교육가’로서의 역할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어 가고 있나요?

창작자들과 만나 정기적으로 예술 워크숍을 진행하고, 전시와 출판을 기획하는 일을 하는 한편, 저희는 각자의 개인작업을 이어가고 있어요. 초반에는 예술가와 예술교육가로서의 역할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무척 힘들었지만, 지금은 두 가지 역할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음을 깨닫고 그 사이의 왕복을 어느 정도 즐기는 것 같습니다.

밝은방 예술워크숍에서의 김현우 창작자 작업, 2022

스틸컷/ ⓒ밝은방

Q. 이 길을 걸으면서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밝은방의 지속적인 고민은 단기적인 지원사업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이고 지속적인 창작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특히나 발달장애 창작의 경우, 창작자의 예술적 고유성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창작 기간, 그리고 관계 맺음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내부에 깊이 몰입하는, 이 창작자들의 낯설고 아름다운 창작행위가 지속하기를 응원하며 저희는 앞으로도 계속 재미있게, 떨리는 마음으로 작업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밝은방 예술워크숍

스틸컷/ ⓒ밝은방

창작그룹 밝은방 (김인경, 김효나)

밝은방은 독자적인 미술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발달장애 창작자들과 다양한 예술표현을 시도하며 창작과 소통의 방향을 찾는 아티스트 그룹이다.

제도적인 예술교육과 관계없이 일상에서 지속하여온 이들의 직관적인 예술표현을 사회에 소개하기 위해 2008년부터 지금까지 워크숍, 전시, 출판물을 기획하고 진행해왔으며 소설가 김효나와 시각예술가 김인경이 운영하고 있다.



밝은방 웹사이트 : brightworkroom.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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